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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롯지 공짜로 숙박한 썰 (+롯지 추천)

 

2019년 11월 4~12일 네팔 카트만두, 포카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푼힐전망대)에 다녀왔다.

 

 

산행은 2박 3일. 킴체->간드룩->타다파니->고레파니->푼힐->고레파니->울레리 코스였다.

 

타다파니에서 1박, 고레파니에서 1박했다.

 

 

이중 타다파니에서는 공짜로 숙박했다. 그 이유는... 남는 객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경위는 이렇다.

 

픽사베이에서 다운받은 이미지로, 본문과는 아무 상관 없다.

 

11월 6일 오전 8시 20분쯤 포카라에서 지프를 타고 출발한 우리는 거의 12시가 돼서야 킴체에 도착했다. 

 

등산이라곤 1도 모르는 나와 동생은 계곡에서 물 수제비도 뜨고(...) 조금만 힘들어도 앉아서 쉬며 여유롭게 트레킹을 했다. 

 

간드룩쯤 와서는 너무 힘들어서 거의 기어가다시피(?) 했다. 심지어 간드룩은.. 마을 자체가 그냥 오르막 계단의 연속 하.

 

지옥 같은 첫날 결국 해가 진 저녁 6시쯤 돼서야 타다파니에 도착했다. 원하는 롯지를 잡으려면 오후 3-4시쯤엔 마을에 도착해야 한다고 하던데.. 우리는 늦어도 너무 늦어버린 것이다.

 

타다파니 초입에 있던 히말라야 롯지인가 뭔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 보이고 입구조차 못 찾아서 패스하고, 그 다음 롯지는 들어가지도 못했다. 마당(?)에 있던 주인장이 만실이라며 미안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 롯지가 그랜드 뷰 롯지(grand view lodge)였는데, 여기도 저녁시간이라 식당에 사람들이 많았다. 불길했지만 스태프에게 남는 객실 있냐고 물었다. 이어 주인장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나타나 따라오라고 했다.

 

기쁜 마음으로 따라갔는데, 웬 창고 같은 곳이 나왔다... 한쪽엔 침구가 쌓여 있고, 바로 옆이 식량보관소였다.

 

주인장은 "타다파니 롯지가 다 만실이다. 만약 너가 괜찮으면 여기에 침구 깔아줄테니 여기서 자라. 대신 돈은 받지 않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나랑 동생은 심신이 극도로 고단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 제안을 응했다. 달리 방법이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공짜로 재워준다니 옳다구나~!하는 마음이었다. 

 

충격과 공포의(?) 창고방. 매우 을씨년스럽고 불길해보이는 곳이지만..나름대로 안락했다. 정말이다.

이어 딸로 보이는 10대 소녀(?)와 어떤 아저씨가 들어와 창문에 얇은 이불을 달아 가려주고, 침구도 깔아줬다. 냉기가 있는 방이었지만, 내게는 기모 후리스와 뜨겁다 못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는.. 핫앤핫 군용 핫팩이 있으니 그렇게 두렵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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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블로그 글에서 봤는데 우리처럼 롯지 객실이 다 만실인 경우 식당이나 거실? 라운지? 같은 곳에서 침낭을 펴고 잘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근데 우리는 침낭이 없었으니, 이런 창고 같은 방이라도 내준 게 정말 다행이었다. 

 

짐을 창고(..)에 부리고, 곧바로 식당에 가서 밥, 카레밥, 뜨거운 물을 주문한 뒤 가져온 컵라면, 고추장, 참치캔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카레는 진짜 아니었다. 핵노맛.

 

문제의 카레밥. 카레는 카레국에 가까운데 밍밍 그 자체.

 

그래도 식당 가운데에 난로가 있어 엄청 따뜻했고, 고양이도 참 귀여웠다. 단체 관광객이 좀 시끄럽긴 했지만, 계속 조용했던 산에 있다가 이런 떠들썩한 곳에 오니 나름 흥겹기도 했다. 

 

다 먹고 커피까지 주문해 마시고 있는데 내일 아침식사도 미리 주문을 받으러 왔다. 팬케이크, 토스트, 삶은달걀 같은 간단한 먹을거리를 주문한 뒤 대충 물티슈로 몸 닦고, 양치질하고 완전무장을 한 뒤 잤다. (핫샤워가 가능한 곳이었지만 너무 귀찮고 힘들었다. 결국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로 양치질만 후딱 했다)

 

타다파니 그랜드 뷰 롯지는 스태프들이 참 친절하고, 일출 풍경도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카레맛은 극악이었지만, 소중한 추억을 남겨줬다.

 

 

타다파니 그랜드뷰 롯지에서 바라본 일출.. 잊지모태☆

 

 

다음은 고레파니 숙박 후기인데, 너무 힘들었던 첫날과 비교해서는 비교적 수월한 코스였다(타다파니->고레파니). 물론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했지, 안힘든 건 절대 아니다.. 중간에 무슨 전망대도 있는데 그 길이 굉장히 아름다워 넋놓고 봤던 기억이 난다.

 

첫날 농땡이(?) 때문에 창고에서 자게 됐으므로, 이날은 좀 서둘러서 이동했다. (그래도 다른 트레커들보다는 현저히 느린 속도였음^^... 저질체력). 

 

그랬더니 오후 2시 좀 넘어서 고레파니에 도착했다!! 감격 ㅜㅜ 

 

우리는 헝그리 아이(HUNGRY EYE)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다. 이유는..그냥 건물 외관이 예쁘고 깔끔해보여서.

 

 

주인장으로 보이는 할머니를 따라 2인실을 배정받았다!! 핫샤워 할거냐고 물어보시길래 냉큼 지금 할거라고 했다(어제 못했으니까). 

 

샤워실 열쇠를 받아 뜨거운 물로 개운하게 샤워했다. 그 다음 바로 1층 식당으로 내려가 산미구엘 맥주를 마셨다. 샤워 뒤 맥주는 진짜..개꿀맛............. 

 

고레파니는 해발 2,853m로 타다파니(2,721m)보다 높아서 고산병이 조금 무섭긴 했지만 될대로 되라지 하면서 알코올을 섭취..ㅎㅎ 맥주야 뭐 그리 도수가 센 것도 아니니 상관없겠지라는 마음이었고, 별탈도 없었다.

 

고레파니 롯지에서 마신 산미구엘. 천국이 따로 없었다.

 

와이파이(유료지만 요금이 싸다. 한화 1~2천원 정도?)를 하면서 롯지에서 맘 편히 쉬는 기분이란.. 등산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라고 할 수 있다.

 

헝그리 아이 게스트하우스는 오후 5시 전에 미리 저녁식사 메뉴를 주문해야 했다(근데 나중에 보니 이후에 주문해도 밥 해주시던데!?!!?!?). 주문만 미리 하고 식사시간은 내가 편한 시간으로 정할 수 있다.

 

고레파니 헝그리아이 롯지에서 먹은 저녁식사. 만족만족.

 

나는 피자, 볶음밥, 핫초콜릿 럼주(또 술임 ㅋ), (컵라면용) 뜨거운물을 주문했다. 

 

피자...진짜 존맛탱(엄청 맛있다는 뜻). 화덕피자인 거 같았는데 엄청 따끈따끈하고 토핑도 맛있었다. 

 

그리고 핫초콜릿 럼.. 럼주의 독한 맛과 핫초코의 달콤한 맛이 조화롭게 섞여 이것도 대존맛! 정말정말 추천한다.